시간이 빚어내는 아름다움: 거을음에서 송연목으로
시간이 빚어내는 아름다움: 거을음에서 송연목으로 수묵화나 서예에 사용하는 먹 가운데 한국의 전통 방식으로 만드는 송연묵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송연묵은 소나무의 송진을 태워 얻은 그을음에 아교를 섞어 만듭니다. 고운 그을음을 아교와 섞어 수백 번 치대고, 재 속에 넣어 한지로 싼 뒤 7일 동안 수분을 흡수하게 합니다. 그리고 바람이 잘 통하는 그늘에서 무려 1년 동안 건조해야 비로소 먹이 완성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송연묵을 갈아 그린 수묵화는 은은한 푸른빛이 감도는 깊은 검은색을 띱니다. 이처럼 깊은 아름다움과 오래도록 변하지 않는 가치를 지닌 것들은 오랜 시간과 정성스러운 과정을 거쳐 만들어집니다. 단단한 칼을 만드는 일도 마찬가지입니다. 뜨거운 불에 달구고, 망치로 두드리고, 물에 식히는 과정을 반복해야 비로소 강한 칼이 만들어집니다. 우리의 신앙도 다르지 않습니다. 고매한 신앙의 인격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오랜 세월 삶의 고난 속에서도 하나님의 은혜를 붙들고, 그분을 신뢰하며 순종을 배워가는 과정을 통해 조금씩 빚어져 갑니다. 그러나 요즘은 무엇이든 빨리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시대입니다. AI는 사람이 하기 어려운 복잡한 계산도 몇 초 만에 해내고, 인터넷이 조금만 느려도 기다리지 못해 조급해 합니다. 하지만 사람의 인격과 신앙의 성숙은 그렇게 단숨에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명품이 장인의 오랜 손길을 통해 만들어지듯, 아름다운 신앙의 인격도 세월의 풍파 속에서 하나님의 손길에 자신을 맡기며 인내할 때 조금씩 빚어집니다. 우리의 삶에는 사람 때문에 마음이 아플 때도 있고, 건강이나 여러 가지 형편 때문에 힘겨운 시간을 보낼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모든 과정 속에서도 주님의 손길을 신뢰하며 인내하는 삶이 필요합니다. 성경은 이렇게 말씀합니다. “인내를 온전히 이루라 이는 너희로 온전하고 구비하여 조금도 부족함이 없게 하려 함이라”(약 1:4). 눈에 띄는 빠른 성장이나 성공이 없더라도 괜찮습니다. 중요한 것은 오랜 시간 동안 조금씩 주님을 닮아가는 것입니다. 그것이 우리가 걸어가야 할 제자도의 길입니다. 소나무의 송진이 타서 그을음이 되고, 수많은 손길과 오랜 시간을 거쳐 아름다운 먹으로 완성되듯, 우리도 삶의 여러 과정을 지나며 하나님의 손에 자신을 맡겨야 합니다. 지금 겪는 어려움이 당장은 이해되지 않더라도 주님을 신뢰하며 인내할 때,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온전하게 빚어 가실 것입니다. 그렇게 다듬어진 우리의 삶을 통해 그리스도의 아름다움이 드러나기를 소망합니다. 2026년 10월 18일박일룡 목사
2026.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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